경선 패배 예감했던 유승민의 작심토로

2022.04.25 16:12:42

출마 선언 뒤 김은혜 등판 설계한 尹心에 서운함 감추지 못해
민심 앞서고도 당심에 밀려 패한 뒤 윤석열 당선인 향해 직격
정계 은퇴보다는 명예회복 위해 암중모색할 것이란 예상 우세

 

(서현일보 장경미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을 4월 15일 만났다.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경선을 딱 1주일 남긴 시점이었다. 당시 다수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밀리고 있었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우세를 띠었지만, 당원 여론조사에서 뒤졌다. ‘윤심’이 김 의원에게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짙었다.

이에 관한 심경을 묻자 유 전 의원은 뜻밖의 진심을 털어놨다. “경기도민들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지만, 왜 내가 출마를 결심한 다음에 김 의원이 나온 것인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하지 못한 말 속에는 묵직한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대선 이후 정계 은퇴를 고심했던 유 전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시기는 3월 31일이었다. 그 시점에 국민의힘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대항마가 없었다.

그러나 막상 유 전 의원이 선거에 뛰어들자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은 4월 6일, 김 의원이 나섰다.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자리까지 중도사퇴하면서 출마한 것이다. 유 전 의원과 김 의원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 2020년 총선에서 유 전 의원은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김 의원 지원 연설도 해줬다. 유 전 의원은 “김 의원이 일찍 출마 선언을 했다면 내가 경기지사에 출마했을지 고민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경선이 다가올수록 패색이 짙어지고 있음을 유 전 의원 캠프에서는 감지하고 있었다. 유 전 의원의 측근은 “진다고 생각하고 뛰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0년을 구형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탄핵심판 소추위원이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아니고, 유 후보에게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토로했다. 선거 중이라 차마 내색하지 못했지만, 당심을 향한 서운함이었다.

불안한 예감처럼 22일 발표된 경선 결과, 김은혜 의원이 52.67%(현역 의원 감산점 5% 반영)를 얻어 대선후보를 지낸 4선 의원 출신의 유승민 전 의원(44.56%)에게 앞섰다. 유 전 의원은 패배 직후 페이스북에 “바보처럼 또 졌다.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며”며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졌다”고 밝혔다. 이어 “2016년 진박 감별사들이 칼춤을 추던 때와 똑같다.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고 통한의 감정을 남겼다.

 

 

김은혜 패할 경우 유승민 공간 넓어질 수도

 

여의도에서는 “경선 패배로 오히려 정계은퇴를 유보할 명분이 유 전 의원에게 생겼다”고 예상한다. 자존심 강한 유 전 의원 성향 상, 침묵의 시간을 가진 뒤 권토중래를 노릴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국민의힘 당심과 달리, 4월 24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김은혜 후보(41.0%)는 김동연 후보(48.8%)에게 다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설적이게도 김은혜 후보가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유 전 의원의 공간은 넓어질 수도 있다. 윤심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정황이다.

장경미 기자 yuhan3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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