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정 청사진을 만들고 있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통령 취임 보름을 남겨놓고 새 정부의 국정운영 원칙으로 ‘공정, 상식, 실용’을 잠정 확정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다음 달 3일 110개의 국정과제를 공개할 계획이다. 10년 만에 부활한 인수위가 높은 국민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일단 그리 후하지 않다. 특히 ‘대통령 관저’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갈팡질팡’ 이미지는 자못 실망스럽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최상위 ‘국가 비전’ 아래 6대 국정 목표, ‘국민께 드리는 약속’ 20개, 이를 구체화한 국정과제 110개의 4단 구조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6대 국정 목표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 등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달 18일 인수위 출범식에서 “새 정부는 일 잘하는 정부,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정부가 돼야 한다”며 “국정과제는 개별 부처와 분과를 넘어 국가 전체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율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인수위 활동은 각종 정무 이슈 블랙홀에 묻혀 존재감을 키우지 못한 측면이 있다. ‘집무실 용산 이전’ 논란과 잇따라 터진 ‘검수완박’ 이슈에 속절없이 묻히는 형국이다.
정치적 이슈에서 밀리는 한계 속이라고 하더라도 새 대통령이 거주할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주먹구구식 처리능력은 도무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인수위는 당초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관저로 유력하게 검토했다가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최근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선회했다.
새 대통령 관저로 육참총장 공관을 쓰겠다고 발표한 게 지난달 20일이었으니까, ‘인테리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는 데 무려 한 달이나 걸렸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 부인 김건희 여사가 외교장관공관을 직접 둘러봤고, 변경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보도가 나온 배경에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이 야릇한 ‘허송세월’ 문제가 있는 셈이다.
일부 인수위원들이 본연의 업무보다는 청와대와 내각 진출에만 목을 매는 듯한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몇몇 장관 후보자들의 검증 이슈가 불거지자 인수위까지 덩달아 뒤숭숭한 분위기라는 말도 들린다. 새 정부의 성패는 단지 윤석열 당선인 개인의 성패에 한정되지 않는다. 갈수록 험악해지는 국제정세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없이 피폐해진 딱한 민생을 보듬고 일으켜 세워야 할 중차대한 책무를 걸머지고 있음을 인수위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서는 결코 국정 밑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가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일망정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여소야대’라는 난해한 정치 지형 속에서, 단기 성과나 6월 지방선거 등을 의식하여 ‘소탐대실’하는 패착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긴 호흡으로 감동적인 5년 국정 로드맵을 내놓음으로써, 국민을 위한 소중한 희망의 불씨를 지펴내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