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일보 기자 |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11월 5일 예산 편성된 지방교부세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국회 심의 없이 정부가 당해연도에 미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용혜인 의원은 “정부가 국세 재추계 결과 세수 결손의 인식만으로 이미 예산 편성되어 국회 심의를 통과한 지방교부세를 당해연도에 미지급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매우 크다”면서 “이를 금지하는 명문 규정을 도입해 지자체의 안정적 예산 운용과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법안을 발의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현행 지방교부세법은 내국세의 19.24%를 지방교부세로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도록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예산으로 편성된 지방교부세는 일단 예산대로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내국세 결산액에 맞춰 당해연도 포함 3년 이내에 정산하도록 되어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년도에 편성한 지방교부세 예산을 4분기로 나누어 지자체에 내려보낸다.
문제는 정부가 2023년 9월 국세 세수 재추계 결과 큰 규모의 내국세 결손이 예상되자 결산을 하기 전에 예산 편성된 지방교부세를 내국세 결손 예상액에 맞춰 미지급하면서 발생했다. 정부는 올해도 30조원 규모 국세가 덜 걷힐 것으로 나온 9월 세수 재추계 결과에 맞춰 추가경정예산 편성 없이 2조원 이상 지방교부세를 미지급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용혜인 의원은 “정부와 국회가 지자체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지방교부세를 임의로 삭감하면 지방교부세 예산에 맞춰 집행 계획을 세운 지자체는 사업 집행에 큰 곤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추경 편성 없는 정부의 임의 삭감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에 대한 침해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지방교부세 임의삭감 금지법은 지방교부세법 제5조에 “국가는 지방교부세를 해당 연도에는 감액조절할 수 없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이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고는 당해연도에 예산 편성된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는 것이 위법이 되도록 명확히 한 것이다.
이렇게 명문 규정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재정당국이 현행법령으로도 추경 편성 없는 지방교부세 임의 삭감이 위법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상황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재정법 제43조 제5항을 근거로 지방교부세 미지급이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5항은 “재정수지의 적정한 관리 및 예산사업의 효율적 집행관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분기별 예산배정계획을 조정하거나 예산배정을 유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용혜인 의원은 “국가재정법 43조 제5항에 규정된 기재부장관의 권한은 한 회계연도 안에서 예산배정의 조정 및 유보 권한일 뿐이며, 더구나 법령에 의해 국가의 지급 의무가 정해진 의무 지출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없고 재량 지출에 대해서만 적용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10년 사이에 정부가 세수 결손을 이유로 추경 편성 없이 지방교부세를 임의 삭감한 해는 2013년이다. 2014년 결산 심사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방교부세 미배정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시정요구를 했고, 이에 대해 당시 행정자치부는 “지방교부세는 당해연도에 교부되는 것이 원칙, 향후 이월 및 불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나가겠음”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정부 스스로 지방교부세 당해연도 임의 삭감이 최소한 편법적인 것임을 인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용혜인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지방교부세가 지자체 재정 평탄화라는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재정 민주주의 관점에서도 필요한 법안”이라면서 정부의 법안 통과 협력을 주문했다.
한편, 2024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기간 동안 용혜인 의원실이 보통교부세 직접 교부 전국 지자체로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한 결과 ‘지방교부세 임의삭감 금지법’에 대해 83개 응답 지자체 중 74개 지자체(89%)가 찬성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용혜인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문진석, 백승아, 이광희, 이용우, 임미애, 위성곤,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사회민주당 한창민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