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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공직선거

토지의 작가 박경리에서 나는 고립을 배운다

김현욱 칼럼

나는 경남 하동 평산리 박경리문학관을 자주찾는다.

섬진강 물길을 따라 많은 시간을 공론하고 고뇌와 사색의 시간을 거리와 광장과 사람에서

그리고 길위에서 담론했다.

벗꽃 피는 3월말-4월초 다시 섬진강 물길과 하동과 순천과 여수을 찾을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폭압에 거의 홀로 맞서고 있던 청년 시인 김지하,

그가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당시 그것은 사형선고보다 더 심한 형벌이었다.

그 김지하 시인은 박경리 선생님 외동딸의 남편 사위였다.

이 사실은 모든 언론과 방송의 1면 대서특필이 되었다.

 

그날 어린 아들을 어머니 박경리 선생님께 맡기고,교도소로 뛰어간 딸 대신 선생은 손주를 업고 원고를 쓰셨다고 했다.

 

이 김지하의 구속사건 이후 박경리 선생집에 전화 한 통이 오지 않았고, 알고 지내던 수많은

사람이 피하는 시간이 되었다.

 

세상의 비정은 그렇게 선생을 쳤다. 젊은 할머니가 된 슬픔투성이 그녀의 생을.생은 완전한

고립이었고 등에는 젖먹이 손주가 업혀 있었다.

사방이 절벽 같았다.

사위는 감옥으로 가고 딸은 그 뒷바라지에 숨이 막히고 있는데 자신은 가장으로서 손주들을

살려야 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쓰는 일뿐인 그녀는 서울을 떠나 원주로 간다.

그리고 문을 닫는다.

선생의 아들이 의료사고로 죽어갔던 그 불신 시대의 시간처럼 그녀는 세상에 절망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살아남는 일과 쓰는 일이었을 것이다.

고립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을 닫아걸고 자발적으로 자신을 고립시킨 것이다.

절벽 같던 외로움은 창작에의 벼랑길로 변한다.

그녀는 그 고립의 그곳의 여왕이 되어 대하소설 "토지"라는 하나의 '월드'를 창조한다.

 

그렇게 '토지'가 태어나고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집을 방문해 존경심을 어쩌지 못해 얼어붙어

있는 젊은 여성 소설가에게 재봉틀을 보여주며 말한 것이다.

"내 책상 앞에 앉으면 바라보이는 데에 저걸 놓아두었어요.

일부러 그랬어요.글 안 되면 손바느질한다.

 

타협하지 않는다.

그걸 잊지 않으려고" 타협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었을까.

이제 박경리 선생을 만났을 때의 선생만큼 나이를 먹은 나는 안다.

그 타협의 대상은 돈만은 아니다.

그 타협의 대상은 세상만이 아니다.

권력만이 아니고 인기나 명성만이 아니다.

그 타협의 유혹 중 가장 무서운 것은 자기 자신과의 타협이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에 진심을 다 할 수 없다면 미련 없이 삯바느질하시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문학에의 지나친 고결주의가 아니라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각해 본다.

세상이 말하는 좋다는 것이 꼭 좋은 걸까,

세상이 말하는 나쁜 것이 꼭 나쁜 것일까. 

그 당시 시인 김지하, 그가 말년에 그랬듯이, 정권에 협조하고 그래서 박경리 선생도 온갖 문학상을 휩쓸고, 덩달아 문화훈장도 받고 대통령이 보낸 귀한 양주를 하사받고, 그러면 그녀의

서울 집에는 더 많은 문객이 드나들고 그녀는 더 호화로워졌겠지.

 

불교에서 용맹정진이라는 수련이 있는데 그 용맹정진이 이런 것이다.

힘겹고 아파서 더 이상 들어 올릴 수 없는 오른발을 들어 왼발 앞에 놓고,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왼발을 들어 오른발 앞에 놓는 것. 그 한발, 한발, 그게 용맹정진 이라고,,

 

먼지가 앉은 책상 의자에는 허름한 관이 놓여 있었다.

고독의 왕관. 나는 그것을 쓰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글을 쓴다. 정치란 무엇인가...

 

국민연합 대표 김 현 욱

(반계유형원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